문학/오늘 읽고 싶은 시와 글

하이쿠 몇 편

석보 2009. 11. 7. 09:49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젋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소세키
 
만일 누군가
'소칸은 어디 있는가?' 하고 물으면
'저 세상에 볼 일이 있어 갔다'고 말해 주게
                -소칸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쓴 시)
 
내 집이 너무 작어서
미안하네, 벼룩씨
하지만 뛰는 연습이라도 하게
                 -이싸
 
재주가 없으니
죄 지은 것 또한 없다
어느 겨울날
                  -이싸
 
하루종일
부처 앞에 기도하며
모기를 죽이다
                 -이싸
 
남의 말을 하니
입술이 시리다,
가을바람 속
                 -바쇼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의 허물은

                -바쇼-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 였겠지

           -타나토모-

 

여행길에 병드니

황량한 들녘 저편을

꿈은 헤매는도다

              -바쇼-

 

새 옷을 입으면

기분이 정말 달라

나는 틀림없이

딴 사람처럼 보일거야

             -바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