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 읽고 싶은 시와 글

호수/이형기

석보 2008. 5. 28. 00:10

                             호수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잔잔해 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