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잔잔해 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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