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 읽고 싶은 시와 글

더 깊은 눈물 속으로/이외수

석보 2008. 4. 1. 00:33

깊은 눈물 속으로  詩/이외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 뿐 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파도는 목 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 겠다

지나간 일 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 했지만

이제 뒤돌아 보지 말아야 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 때의 순수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 거리나니

 

그만 잊어야 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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