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은 눈물 속으로 詩/이외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 뿐 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파도는 목 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 겠다
지나간 일 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 했지만
이제 뒤돌아 보지 말아야 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 때의 순수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 거리나니
그만 잊어야 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문학 > 오늘 읽고 싶은 시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쟁이/도종환 (0) | 2008.04.04 |
---|---|
사연/도종환 (0) | 2008.04.01 |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이외수 (0) | 2008.03.31 |
이외수의 시 중에서 (0) | 2008.03.30 |
무희/장 콕도 (0) | 2008.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