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 읽고 싶은 시와 글

초혼(김소월)

석보 2012. 1. 17. 08:51

초혼

                -김소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어!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어!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운다

 

떨어저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멀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어!

 

사랑하는 그 사람이어!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