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 읽고 싶은 시와 글

벗 하나 있었으면/도종환

석보 2009. 5. 4. 22:01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