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 읽고 싶은 시와 글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김재진

석보 2008. 11. 18. 09:31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때

         섭섭함을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 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고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 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 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 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 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 할 수 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 것을 사랑하라

            숭 숭 구멍뚫린 사랑을 통해 바라뵈는

           밤 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 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을 넘어

         저 혼자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 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 몸에 바람소릴 챙겨놓고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