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비아교주:
베드 와인(bed wine)으로 천거하고픈 술이 귀비아교주이다.
필자의 아버님이 즐겨 친지들에게 일러주시던 술인데, 짙은 호박색에 새큼하면서 단맛이 나고, 묘한 향기에 저절로 매력이 끌리는 술이다.
묘한 향기란 관계와 정향이라는 약재의 방향인데, 정향이라면 16세기에서 17세기에 걸쳐 이 정향의 원산지인 모로코를 점령하고자 유럽 전 민족 간에 유혈의 참극이 벌어졌었다는 향기 좋은 약재이다.
요사이 유럽의 유명한 술에는 이 정향이 사용되고 있으며, 과자, 향수, 화장품 등에도 사용될 정도이다.
양귀비가 한밤에 교태 어린 미소를 머금고 손짓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는 그런 술이다.
그래서 술 이름도 귀비야교주라 한 것이다.
특히 이 귀비야교주에는 인삼이 들어가는데, 인삼이라면 흥분성 강장제로 최음작용이 있고 내분비선에 관계하는 약재이므로, 베드 와인으로 당연할 뿐 아니라 정력, 보기, 건위, 식욕 증진 등에 두루 좋은 약주라 할 수 있다.
필자의 아버님이 하시던 제조법은 이렇다.
소주 1.5l에 수삼 300g을 용기에 같이 담고, 진피, 오미자, 관계, 감초를 각각 40g씩 잘게 썰어 여기에 정향 10g을 함께 섞어 목면 주머니에 넣어 소주와 수삼이 담긴 용기 속에 같이 담아, 5개월 조금 지나 목면 주머니를 꺼내고, 다시 밀폐하여 3, 4개월이 지나면 거즈에 여과해서 마시면 된다.
성적으로 감동하기 쉬운 무드가 저절로 잡히게 되는 베드 와인이다.
선령주:
선령주란 선령비라는 약초로 담근 술이다.
황금빛 아름다운 색조를 띤 이술은 향긋한 풀 냄새까지 풍긴다.
독주로 들어도 좋고 칵테일 베이스 제재로 써도 좋은 술이다.
선령비라는 약초는 음양곽이라는 약초이다.
예전에 한 음란한 산양이 있어, 이 풀을 뜯어먹고 하루에도 몇 차례 교미하므로, 콩잎처럼 생긴 이 풀을 음양곽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 이 약초를 삼지구약초라고도 한다.
다년생인 이 풀은 키가 30-40cm 정도로 자라며, 한 줄기에서 세 잎이 돋고, 다시 여기에서 세 잎이 돋아 아홉 잎을 이루므로 삼지구엽초라 한 것이다.
입은 작고 끝이 뾰족하며 잎 전체의 모양은 하트형이다.
뿌리는 길로 잔뿌리가 많으며, 여기에 음낭처럼 생긴 둥근 것이 매달려 있다.
그래서 하트형의 잎과 음낭 같은 것이 달려 있는 뿌리의 모양에서 유추하며, 이 풀은 심장과 신장의 기능과 연계된 어떤 효과가 있으리라 믿어 왔다.
그런데 이 유추는 적중했다.
이 풀은 심장과 관계가 있어 혈압을 강화시키고, 말초 혈관을 확대하며, 억울형 신경 쇠약이나 기억력 저하를 정상화시키는 효력이 있다.
또 이 풀은 신장과 관계가 있어 발기력을 지속시켜 주고 이뇨 작용을 하며, 섹스 과잉에 의한 요통을 줄여 주고, 불임증을 해소시키는 대단한 효력을 갖고 있다.
특히 쉽게 피로하고 아침에 일어나기 어려우며 꿈이 많고, 귀가 윙윙 울리며 허리가 무지근하고 다리에 힘이 빠지며, 정력이 현저히 감소하는 증후군을 신손증이라 하는데, 이런 증후군에 이 풀이 매우 효과적이다.
이 풀에 함유되어 있는 에피미딘, 이카리인, 프라보노이트, 알칼로이드 등의 성분이 남성 호르몬양 작용을 하고 정액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풀에는 비타민 E도 함유되어 있으며 제당 작용까지 있기 때문에 남녀를 막론하고 고혈압환자든, 고혈당뇨자든 가릴 것 없이 복용해도 좋다.
허나 체내가 너무 조한 자에게는 마땅치 않다.
조성이 강한 체질자가 이 풀을 과용하면 어지럼증, 구토증, 갈증이 생기고, 코피가 나온다. 아울러 이 풀이 이뇨 작용은 하지만, 다량을 한꺼번에 쓸 때는 항이뇨작용을 해서 소변 량을 감소시키므로 부종 환자들은 금해야 한다.
이 풀은 잎, 뿌리, 줄기, 열매 등을 모두 약용하는데, 줄기나 열매 부위보다는 잎과 뿌리 부위를 약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끓여서 차처럼 마셔도 좋고 조청을 만들어 들어도 좋지만, 역시 색과 향에 있어서는 술이 훨씬 낭만적이다.
상심주:
법현의 "불국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모래 강안에 많은 악귀, 열풍이 있다. 이를 만나면 곧 모두 죽어 하나도 살아남는 자가 없다. 위로는 나는 새가 없고 아래로는 달리는 짐승도 없다. 편망극목, 즉 눈을 까뒤집고 두루 살펴 건너갈 곳을 찾으려 해도 추측할 만한 곳을 알 수 없다. 오로지 죽은 사람의 시든 뼈를 가지고 이정표를 삼을 뿐이다"
이 길이 훗날 실크로드가 된다.
실크로드란 이름 그대로 '비단길'이다.
중국의 비단이 이 길을 통해 중동 지역과 유럽으로 전해졌던 것이다.
그래서 "아라비안나이트"에 의하면 바그다드의 시장에서는 중국 비단이 거래되었고, 중국 도자기가 호기심을 자아냈다고 한다.
로마의 귀부인들은 중국 비단으로 드레스를 만들어 걸치는 것을 더없는 호사로 여겼던 것이다.
대신 이 길을 통하여 수박, 오이, 포도, 당근, 마늘, 호두, 그리고 빨간빛, 흰빛, 까만빛의 각종 석류가 중국으로 건너왔다.
물론 로마인, 페르시아 인, 사마르칸트 인, 타슈겐트 인들도 이 길을 통해서 중국으로 몰려들었다.
중국에서는 이들을 자염녹안이라고 불렀다.
붉은 수염에 파란 눈을 한 남자만 몰려 온 건 아니다.
여자들도 상당수가 중국 땅에서 거처했다.
이들은 장안에서 독특한 유곽을 형성하고 매음으로써 생계를 유지하였던 것이다.
실크로드는 이처럼 희비가 얽힌 길이다.
화전국의 왕은 누에씨를 얻기 위해 중국의 왕녀를 이 길을 통해 데려와서 정략결혼까지 했다.
그의 정략은 성공해서 양잠이 비로소 시작되었다.
뽕나무도 무한정으로 심었다.
그래서 유럽의 비단 시장을 석권했던 것이다.
지금도 사마르칸트의 자유 시장에 가면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팔고 있다.
초췌한 늙은이가 쪼그리고 앉아 오디 한 무더기를 쌓아 놓고 파는 정경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은 시대의 갑골 문자에 상, 선, 사 등이 나온다는 걸 미루어 보아도, 뽕나무 재배와 비단 제조는 그 이전으로 훨씬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황제의 부인 누조가 양잠을 손수 권장했다는 신화가 있듯이, 그 역사는 아주 유구하다.
이미 기원전 2000년에 해당하는 양사오기 유적지에서 사람의 손으로 반쯤 짼 누에고치 껍데기가 발견될 정도다.
따라서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식용하거나, 술로 빚어 먹은 역사도 그만큼 오랜 것이다.
오디는 갸름하고 오톨오톨하며, 익으면 검은 자줏빛이 되면서 맛이 아주 달다.
당분, 유리산, 단백, 화분 등이 함유되어 있으며, 한문으로는 상실, 상심, 문무실 등으로 불린다.
자양 강장 식으로 뛰어나다고 손꼽히고 있으며, 위 무제 때는 군사들의 굶주림에 오디를 먹였고, 금나라 말기 즈음에 심한 흉년이 들자 오디를 구황식품으로 이용할 정도였다.
정신을 맑게 해주며, 당뇨병 범주에 속하는 소갈에도 효과 있으며, 늙지 않게 해주는 항로 작용마저 있는 게 오디라고 한다.
그러나 비둘기가 오디를 많이 먹으면 취한다고 한다.
오디로 즙을 내어 먹기도 하는데 이것은 주독에 유효하다.
즙 짠 것을 석기에 담고
고약처럼 달여 꿀을 섞어 먹으면 결핵성 질환에 좋으며, 오디 말린 것을 가루 내어 꿀로 반죽해서 알을 빚어 먹으면 항로 작용을 한다.
오디를 술로 빚기도 하는데, 이를 상심주라 한다.
오디 말린 것을 볶아서 헝겊으로 짜낸 물과 끓인 물 한 되에 설탕 75g, 계피가루 150g, 포도주 두 홉 비례로 넣어 7일 동안 익힌 것이 상심주이다.
자양 강장주로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