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 읽고 싶은 시와 글

등꽃 아래서/이해인

석보 2008. 3. 16. 08:12

등꽃 아래서  詩/이해인

 

차마

하늘을 바라볼 수 없는 것일까

수줍게 늘어뜨린

연보랏 빛 꽃타래

혼자서 들꽃 아래 서면

누군가를 위해

꽃등을 밝히고 싶은 마음

나도 이젠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하리

세월과 함께

뚝 뚝 떨어지는 추억의 꽃잎을 모아

또 하나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리

때가 되면 아낌 없이

보랏빛으로 보랏빛으로

무너져 내리는 등불의 겸허함을

배워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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