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보 2008. 4. 4. 00:29

          담쟁이    詩/도종환

 

                저 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 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 때

    담쟁이는 말 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 것은 절망의 벽 이라고 말 할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 것은 넘을 수 없는 벽 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