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 읽고 싶은 시와 글
새 /천상병
석보
2008. 3. 2. 00:25
새 詩/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 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