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 읽고 싶은 시와 글

오직 한 사람/박건호

석보 2008. 2. 27. 18:27

      오직 한 사람  詩/박건호

 

이별을 생각하고 만난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은 항시 보내는 것에 익숙해 있다

어느 누구건 긴 시간을 함께 하려고 하면

그 만큼의 인내가 필요한 것

때가 되면 우리는 부모님의 곁을 떠나

거리에서 막연히 누군가를 찾는다

아내와 남편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그 색깔이 점점 바래지고

나중에는 의혹만 남는다

만남이 소중한 것은

만나기 이전이나 헤어지고 나서의 일 이다

이제는 영영 다시 그 사람을 볼 수 없을 때

우리는 되돌아 보며

아 "그리운 사람" 하고 말한다

우리의 만남이 하나의 타성 이라면

헤어짐도 결국 타성 이리라

수 없이 만나고 헤어 지면서

우리는 저마다 한 개씩 딱딱한 껍질을 몸에 걸치고

그 속에 숨어 버린다

우리가 우리의 부모님 곁에서 떠나오듯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우리의 곁을 떠난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지금 곁에 있느냐 없느냐 에 따라

인생의 성패는 결정이 난다

오직 한 사람을 사랑 하기는

차라리 인류를 사랑하기 보다 어려운 것

그 것은 얼마나 눈부시고 아름다운 일 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