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Watercolor/갤러리the맵시 박근준초대전

[스크랩] `빈센트 반 고흐`보다 더 고독하고 슬픈... -제천시립도서관 홍보 책자에 쓴 글-

석보 2014. 12. 5. 17:54

                             ‘빈센트 반 고흐보다 더 고독하고 슬픈...

                                                                                                                       글- 석보 박근준

 사람들은 내 그림을 보고 물어 봅니다 그림에 대해서 설명을 해 달라고...

나는 대답 합니다. 저는 내가 살아오면서 답을 구하지 못하는 고독, 슬픔, 죽음, 사랑, , 진실등을 내가 그린 그림을 통해 보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있다고...

 

그림을 전공하지도 누구에게 단 한 번 배워 보지도 않은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것은

마치 이름 없는 무사가 녹슬고 무딘 검을 들고 중원을 돌아다니며 유명한 검객들과 결투를 벌이는 것만큼 이나 어렵고 힘든 일이다.

나는 그 길을 2002년 오십이 다 되어가는 마흔 여덟 나이에 들어섰다.

같이 운동을 하던 동호인들이 그림을 배워 수채화 전시회를 한다기에 관람을 갔다. 나는 그 날 밤 새벽 세시가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릴 때 꿈이 화가였는데... 저 아줌마들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순수예술을 모르는 나는 인터넷에서 수채화를 쳐서 한 달 동안 화가들과 그림을 뒤적거렸다. 그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있는 수채화단체인 한국수채화협회에서 개최하는 공모전 요강을 보고 동키호테같이 덤벼들었다. 판넬에 종이를 붙일 줄 몰라 몇 번이나 떼었다 붙였다 하였고, 물감이나 붓을 사용 할 줄도 모르면서... 그런데 생전 처음으로 그린 50호크기의 수채화 작품으로 특선을 수상하였다. 그 날 나는 너무도 기뻐 아내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 후 직장 생활을 하는 틈틈이 힘들게 그림을 그려 4년만에 특별상1,특선2,입선2회를 수상하며 당당하게 한국수채화협회회원으로 등단을 하였고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입선도 하였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또 훌륭한 스승 밑에서 몇 년을 배우고도 공모전을 통과하기까지는 평균 칠팔년이 걸리는게 보통이다. 충청북도에서 공모전을 통과해 한국수채화협회회원이 된 것은 아마도 내가 처음이었을 게다. 그리고 2014년에는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비구상부문(수채화)3차심사위원장을 하였다. 붓을 든지 꼭 12년만의 일이다. 미술대학을 나온 후 이삼십년을 열심히 작업을 하고 제도권에서 늘 미술권력의 근처에 있어도 이런 기회가 주어지기란 쉽지 않다. 학맥도 인맥도 없이 그림 하나만 들고 다니는 나에게 돌아올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아주 소수의 내 그림을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것은 내 자랑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을 뿐이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도 꿈과 열정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100년동안 풀리지 않고 있던 푸엥카레의 추측을 증명한 후 클레이 수학연구소에서 100만 달러를 수여하려 했으나 거부했으며,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 하였으나 수상식에 참석을 거부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5만원이 약간 넘는 어머니의 연금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 러시아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은 내가 그 순수함과 열정을 닮고 싶은 사람이다.

몇점 아니 한두점이라도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평생 영혼을 바치고 싶다.

나는 지금까지 5천원이 넘는 붓을 사용해 본적이 없다. 언제고 물감이나 붓을 실컷 써 가며 그림을 그려 보았으면...

세상을 등지고 작업실도 없이 홀로 그림을 그리는 나는 어쩌면 빈세트 반 고흐보다 더 고독하고 슬픈 사람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화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오늘도 그림으로 나와 제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녹슬고 무딘 칼을 겨누고 있다. ! 덤벼라~!

출처 : I Love Fineart
글쓴이 : 석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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