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 읽고 싶은 시와 글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이외수
석보
2008. 11. 12. 18:02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이외수-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화려하지 않은 코스모스처럼
풋풋한 가을 향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마주하며
말 없이 눈빛만 바라보아도
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 솟는 사람
가을날 맑은 하늘빛처럼
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그립다
찻잔 속에 향기가 녹아들어
그윽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
가을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산등성이의 은빛 억새처럼
초라하지 않으면서 기품이 있는
겉 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사람
가을엔 억새처럼 출렁이는
은빛 향기를 가슴에 품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