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보 2008. 9. 16. 15:54

              호수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지는 이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같이 떨던 것이

   이렇게 고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