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 읽고 싶은 시와 글

브라암스의 아름다운 사랑

석보 2008. 7. 5. 22:36

[평생 독신으로 살며 죽은 스승의 아내 클라라를 정신적으로 사랑한 브라암스]

브라암스(1833~1897)의 음악은 고독한 가을과 닮았다.

그의 선율에는 인생의 회한과 좌절,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애상,우울함이 배어있다.브라암스의 음악이 한없이 외로워진 까닭은 한 여인을 향한 짝사랑 때문이다.바로 스승 슈만(1810~1856)의 부인 이자 당대 최고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1819~1896).14세나 연상인  이여인을 처음 만났을 때 브라암스는 20세 청년이었다.

슈만과 클라라 부부는 술집과 식당을 전전하던 가난한 음악도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후원자가 되었다.슈만 부부는 적극적으로 브라암스의 재능을 알리고 작품을 출간 하도록 도왔다.클라라에 대한 브라암스의 감정이 깊어진 것은 슈만이 병들면서 부터다.오랜 연주 여행으로 피폐해진 슈만은 정신병을 앓다가 라인강에 투신자살을 시도했다.다행이 구조됐지만 2년후 세상을 떠났다.

슈만에게 은혜를 입었던 브라암스는 7명의 아이들과 함께 남겨진 클라라를 돌보기로 결심한다.그리고 연민의 정이 싹터 사랑으로 발전하게 된다.그러나 스승에 대한 예의 때문에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클라라와 우정을 지켰다.

죽을 때까지 브라암스의 짝사랑은 흔들림이 없었다. 40년에 걸쳐 우정의 편지를 주고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들을 멀리했다.

가슴 속에 담아둔 사랑을 표출하는 유일한 창구는 음악이었다.'교향곡 1번' 제4악장과'피아노 4중주 작품 60' 등은 모두 클라라를 위하여 작곡했다.

알프스 기슭에서 쓰여진 '교향곡 1번' 제4악장은 클라라의 49세 생일에 바친 선율. '높은 산,깊은 골짜기, 당신에게 1000번의 인사를 합니다' 라는 노랫말이 적혀 있다. 어둠 속에서 빛이 밝아오듯 혼돈스러운 서주가 끝나면 낭랑한 호른 선율이 흘러나온다. 고통스런 사랑을 이겨낸 후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은 브라암스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듯하다.

'피아노 4중주 작품 60' 은 총으로 자신을 쏘는 듯한 강렬한 도입부로 괴로움을 토해낸 후 클라라를 향한 사랑 고백을 쏟아낸다.

지독했던 브라암스의 사랑은 클라라를 따라 죽으면서 끝난다. 뇌졸증으로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브라암스의 몸도 급격하게 약해져 간암에 걸린다. 한 여인 때문에 기쁘고 또 외로웠던 그는 싸늘한 주검으로 땅에 묻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