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보 2008. 5. 27. 10:43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