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보 2008. 2. 10. 23:31

나는 항상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나그네처럼 느껴진다.

 내가 그 목적지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아주 솔직하게 들리겠지.

그런데 사창가의 기둥서방이 문 앞에서 취객을 몰아낼 때도 비슷한 논리를 가지고 있을 테고,

 그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것처럼 인생의 마지막에 가서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게 밝혀질지도 모른다.

 그림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도 한낱 꿈에 불과하고 우리도 아무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가벼운 존재라면 다행스런 일이다.

 내세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